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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정책이슈

컴퓨터 게임으로 우울증을 치료하는 기술 개발 현황

컴퓨터 게임이 정신질환, 대사질환 등의 '치료제' 역할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2019년에는 세계보건기구(WHO)에서 게임중독을 질병코드로 등재하기도 했지만 지난해 6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인데버 RX'라는 모바일 게임을 디지털치료제(DTX)로 승인하는 등 게임에 대한 인식이 전 세계적으로 달라지고 있다.

2021년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게임의 치료적 활용 방안 모색 연구'에 따르면 △정신질환 △대사질환 △노화 △재활 △암 등에서 게임은 직접·간접·예방에서 디지털치료제로서 효능을 보이고 있다.

디지털치료제는 질병 및 장애를 예방, 관리 및 치료하기 위한 소프트웨어 의료기기로, 알약이나 주사제가 아닌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여 환자를 치료하는 새로운 개념의 치료제다.

미국을 중심으로 북미, 유럽 등을 포함해 최근에는 아시아, 태평양 시장에서도 가파른 성장세가 예상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연구에 따르면 실제 게임이 우울·불안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외 다수의 연구에서 규칙적으로 게임을 사용한 실험군의 경우 스트레스가 유의미하게 감소한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불안 장애와 우울 증상이 완화됐으며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진단을 받은 학생에도 효과가 있다고 분석했다.

이와함께 2020년 7월20일~8월6일 동안 우울 증상이 있는 참가자 42명을 대상으로 상용 게임 중 우울증 개선에 도움이 됐다고 알려진 보손 엑스(Boson X)가 참가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연구했다.

△지각된 스트레스 척도 △옴니핏 마인드케어 △벡 우울 척도 등을 통해 측정한 결과 우울함과 불안함이 모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심층 인터뷰를 통해 접근성이 좋은 게임으로 성취감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실험에 참여한 김모씨의 경우 "불안이 덜해지는 느낌이 있었다"며 "게임을 하는 동안 우울증 자체에 대해 생각을 안하게 됐다"고 말했다.

또 정모씨의 경우 "요즘 코로나 때문에 외출도 많이 자제하는 편인데 우울증 치료에 게임만한 미디어도 없는 것 같다"며 "어려워도 계속 도전해서 스테이지를 클리어 했을 때 느끼는 성취감이 너무 좋았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접근성 면에서도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류모씨는 "우울증 환자들 중에는 다른 사람들과의 접촉 자체를 꺼려서 치료나 상담을 거부하는 경우도 있다"며 "게임 활동을 통해 규칙적인 '할 일'이 생기고 나태하고 무기력한 마음을 떨쳐버릴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인 부분"이라고 말했다.

학계에서도 컴퓨터 게임의 우을증 개선 효과에 대한 논문들 나오고 있다

웨일 코넬 메디컬 칼리지 신경 심리학 연구팀은 우울증을 진단받은 60~89세 노인 환자 11명을 대상으로 두 종류의 컴퓨터 게임을 하도록 한 뒤, 항우울제를 복용해 우울증을 치료하고 있는 33명과 비교해 어떤 차이가 있는지 실험하여 노인 우울증 치료에 항우울제보다 컴퓨터 게임을 하는 것이 더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를  2014년 Nature communication 학술지에 발표됐다.

연구팀은 여러 가지 원인 중 생화학적 원인에 주목했고, 뇌 신경전달물질에 초점을 맞춰 연구했다. 실제로 노인 우울증 환자의 40%가 인지기능장애도 함께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바 있다.

연구 대상자는 총 4주에 걸쳐 30시간 동안 뇌 활동을 증진할 수 있는 컴퓨터 게임을 했는데, 첫 번째 게임은 화면에 나타나는 공의 색이 변하면 버튼을 누르는 것이고, 두 번째 게임은 주어진 단어를 정확히 재배열하는 것이었다. 한편, 약물치료를 받는 환자는 표준 항우울제로 알려진 에스시탈로프람(escitalopram)을 12주 동안 복용했다.

연구 결과, 컴퓨터 게임을 한 환자의 72%가 우울증을 완전히 극복했다. 반면, 항우울제는 지적 장애가 있는 환자에게는 그 효과가 작았으며, 완치율은 33%에 그쳤다. 또 항우울제 치료를 받은 환자는 12주간 투약한 후에야 우울증 증세가 호전됐지만, 컴퓨터 게임을 한 환자는 4주 만에 증상이 호전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연구팀은 컴퓨터 게임이 간단한 연산 작용원리를 적용, 뇌 인지기능을 개선해 우울증 감소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만으로 우울증 치료제 복용을 중단해서는 안 된다며 컴퓨터 게임과 우울증 치료제, 운동을 병행하면 치료 효과가 클 것이라고 전했다

2021년 우리나라 신민섭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정신과 교수팀은 컴퓨터 게임을 즐기면서 우울증을 치료하는 프로그램(‘행복누리 프로그램’)을 개발하였다 . 우울 증상이 있는 청소년 50명을 절반씩 치료용 컴퓨터 게임(행복누리 프로그램) 참여군과 미참여군으로 나눠 사전ㆍ사후 설문 검사를 하고 우울증상 점수(PHQ-9 척도)를 비교하였다.  

게임 참여군은 5주 동안 10회(주 2회)에 걸쳐 우울감 극복하기, 친구 사귀는 법, 학습능력 증진 훈련을 할 수 있는 행복누리 프로그램을 시행했다. 그 결과, 우울감이 줄고 주의력ㆍ삶의 질ㆍ자존감이 높아졌으며, 우울 증상 점수도 37%가량 감소했다.

신민섭 교수는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걸 꺼리는 청소년이 컴퓨터 기반 치료 프로그램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했다”며 “우울한 청소년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어 이들의 치료 접근성을 높이고 대면 치료가 어려울 때도 효과적인 치료 대안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정서장애 저널(Journal of Affective disorder)’에 실렸다.

 

우울증 임상치료용 게임 개발사 나스닥 상장 준비

미국 아킬리 인터렉티브 랩(Akili Interactive Labs)의 우울증 디지털 치료제 ‘AKL-T03’가 관련 임상에서 치료 효능이 있다고 보고 되었다. 


디지털 치료제는 기존 의약품·의료기기를 보완 및 대체하여 미충족 의료 수요를 해결하고 데이터 기반 환자 맞춤 의료를 제공하는 치료제로, 애플리케이션, 게임, 가상현실 등이 활용된다. 개발에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이 크게 절감되며, 의약품과 달리 독성 혹은 부작용이 거의 없어 차세대 치료제로 주목받고 있다. 

아킬리 인터렉티브 랩의 첫번째 디지털 치료제는 아동 ADHD 치료용 디저털 게임 ‘엔데버’(EndeavorRx)로, 지난해 6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8~12세 아동 대상 ADHD 디지털 치료제로 승인을 받은 바 있다.
이 회사는 올해 4월 12일 우울증 환자 대상 ‘AKL-T03’의 인지 능력을 평가하는 임상 시험의 결과를 발표하였다.

해당 임상 시험(시험명: STARS-MDD)은 우울 장애 성인 환자 80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환자들은 6주간 항우울제 처방과 동시에 주 5일, 하루 약 25분의 ‘AKL-T03’ 게임 플레이를 했다. 시험의 평가변수는 주의력 변화 테스트(TOVA)를 측정하는 것이었다.

그 결과, ‘AKL-T03’ 환자군은 대조군 대비 주의력이 지속적으로 향상하는 등 전반적인 인지 기능이 상당히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AKL-T03’은 안전성 또한 입증했다. 시험에서 치료와 관련된 심각한 부작용은 보고되지 않았으며, ‘AKL-T03’ 치료 후 2명의 환자가 경미한 두통을 보고했다.

‘AKL-T03’은 게임 플레이를 통해 감각 자극 및 운동 기능 제어와 관련 뇌를 활성화하도록 설계됐다. ‘AKL-T03’ 알고리즘은 사용자를 지속적으로 분석하여 난이도를 변경하고 맞춤화된 치료 서비스를 제공한다.

‘AKL-T03’가 주목을 받는 이유는 조기 치료율이 떨어지는 우울증 환자의 치료 접근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기존 약물 치료의 부작용과 같은 제한이 없으며, 환자의 특정 뇌 신경회로를 직접 자극하도록 설계돼 우울증 치료에 있어 보다 효과적일 것이라는 평이다.

한편, 아킬리 인터렉티브 랩은 스팩(SPAC, 기업목적인수회사) 합병을 통한 나스닥 상장 절차를 개시했다. 지난 1월 26일(현지 시간), 아칼리는 미국 소셜캐피털 수브레타 홀딩스(Social Capital Suvretta Holdings)과의 합병을 통해 나스닥에 상장하기로 최종 합의했다.